E-NEWSLETTER 10 2019 October
강훈철 회원 '의료용 대마사용에 대한 의견 현황과 미래'
의학한림원 주요뉴스
의학한림원에 바란다
회원동정
관련단체 소식
행사안내
후원안내
투고안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National Academy of Medicine of Korea
NO. 20
지난호 보기

의학한림원 뉴스

제52회 의학용어원탁토론회 후기

의학용어개발및표준화 위원장 서연림


52회 의학용어 원탁토론회는 조현병과 뇌전증 용어를 변경하게 된 배경과 효과를 주제로 김성완(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 교수, 광주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 한수현, (중앙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발표를 하였고 김재진(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암(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지정 토론을 하였다.

정신분열병(schizophrenia)은 schizo(split, 분리)와 phrenia(mind, 마음)의 합성어로 일본에서 ‘정신분열(精神分裂)’로 번역하면서(1937년) 질병의 특징과 상관없이 정신이나 마음이 분열된다고 하는 의미로 전달되어 일반인에게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 행동으로 이어져 환자들은 이런 낙인 경험으로 인한 삶의 질의 저하와 사회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높은 낙인현상으로 인해 증상이 생긴 지 1년 이상이 지나 치료를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외국에 비해 치료 지연이 빈번하다. 환자 가족 동호회 “아름다운 동행”에서 3,689명의 서명이 담긴 ‘정신분열병 병명 개정을 위한 서명서를 2007년 9월 대한정신분열병학회로 전달하였고 2008년에 정신분열병 병명개정위원회가 발족하였으며 2011년에 정신분열병을 조현병(調絃病)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고 2012년 1월 국회에서 공표되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신경계 혹은 정신의 튜닝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라는 과학적 해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현을 조율하면 고운 소리가 나듯이 치료로 정신 기능이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이 강력 사건의 주인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조현병 환자는 위험하다’는 새로운 낙인이 생겨났으며 이 병을 가진 모든 환자의 잠재적 문제로 간주되어, 병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 추가적 고통을 주는 잘못이 보편화되고 있다.

뇌전증(epilepsy)의 어원은 “신성 혹은 악령에 사로잡히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epilambanein’에서 유래하였다. 뇌전증을 신체 질환에서 정신 질환으로 잘못 인식하게 된 큰 전환점은 신학계의 권위자인 오리겐 (185–254 AD)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소년에 대한 신약성서의 설명을 읽고, 뇌전증은 악마가 보낸 고난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시작되었고, 이것이 그의 신학적 명성과 함께 후대로 전해지면서 중세에는 마귀에 사로잡힌 질병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굳어졌다. 우리나라도 역시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힌 간질(癎疾)’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는데, ‘간(癎)’, ‘간질(癎疾)’은 오래 전부터 ‘지랄병’을 의미하는 단어였고 일반인들에게 혐오스러움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천벌이라고 생각하여 환자를 가두어 두거나 몰래 버리기도 하였다. 뇌전증 환자들은 상당 수 뇌전증에 대한 낙인감이나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경련 발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직접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70%가 본인이 ‘간질’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낙인찍기를 당한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찍기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 병리와도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대한간질(뇌전증)학회와 한국간질(뇌전증)협회는 “간질 이름 바꾸기 프로젝트”를 2008년 6월 28일부터 추진하기 시작하여 간질개명위원회 방침 하에 ‘간질’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하였고, 최종적으로 “뇌전증(腦電症)”으로 개명하였다. ‘뇌전증’이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정상적인 뇌신경 세포로부터 전류가 형성되어 대뇌의 기능을 잠시 혼란시키는 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에 의하면 기대하였던 것과 다르게 ‘뇌전증’ 이라는 용어가 환자의 낙인감을 비롯한 정신병리를 개선하는데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유 토론에서는 어떤 병의 낙인 문제는 병명 자체보다는 그 병의 결과로 이어지는 파생적 문제에서 기인하므로, 병명을 바꾼다고 해서 그 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용어가 질환의 병태생리를 잘 반영한다면 용어를 변경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용어 변경을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 질환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며 대국민 홍보의 방향에 대한 의료단체, 정부, 언론매체 등의 문제 인식과 개선 의지가 필요하다.

Copyright© by National Academy of Medicine of Korea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