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WSLETTER 10 2019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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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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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한림원에 바란다

“의학한림원에 바란다” 코너는 의학한림원의 발전을 위한 회원여러분의 바램을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많은 회원 여러분의 투고를 기대합니다.
(투고는 투고안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1분회장 채종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의학한림원)은 2004년 4월에 설립된 후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왔다. 회원 수만 해도 처음에는 6개 분회에 총 190명(정회원 170명, 원로회원 20명) 정도였던 것이 2019년 1월에는 11개 분회에 총 554명(정회원 417명, 종신회원 137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사업의 내용도 설립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으며 예산과 조직 면에 있어서도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그렇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제1분회를 대표하여 의학한림원에 바라는 내용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첫째, 회원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다가 막상 회원으로 선정된 다음에는 의학한림원 행사나 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술활동과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나이에 회원이 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바빠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웬만큼 강한 흥미를 끄는 주제가 아니면 자신의 1차적 관심 밖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전공분야의 회원들이 공통으로 관심을 둘 만한 주제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점도 한계점 중 하나일 것이다. 또한, 회원이 된 후 처음에는 학술행사 등에 참여해보다가 참석률이 매우 낮고 친한 얼굴들이 거의 안 보이는 것을 보고, 점점 “어, 이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 후부터는 아예 자기 자신도 참석을 안 하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을 것이다.

다만, 종신회원의 경우에는 시간적으로 매우 바쁘게 지내는 분이 아니라면 이런 저런 행사나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것이므로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혹시 가능하다면 의학한림원과 유사한 다른 학술 단체들이 하는 것처럼 회원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단체 견학이나 관광 등을 포함하여)를 활발히 준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런 행사를 한다면 종신회원들의 활발한 참여가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예산이 좀 필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하나 제안하고 싶은 방안은 카톡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방식을 통해 그룹 모임(분회별)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카톡이 자칫 특정인 한 두 사람(지나치게 적극적인 분)에 의해 점유 당해 다른 참가자들이 이를 외면하는 폐단이 생길 위험성도 있지만 운영을 현명하게 잘 한다면 성공적인 카톡 방이나 인터넷 단체 홈피 방 유지도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디지털을 이용한 이런 방식들은 다른 선진국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직접 어떤 장소에 모여 모임을 가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감이나 참여 열정 등이 얼굴을 직접 보며 모임을 진행하는 경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의학한림원 회원(정회원 및 종신회원)들이 평생 이룩한 학술 업적을 총괄하거나 또는 전문분야와 관련된 교양서적(학생이나 국민 대상) 출판 등을 할 때 도울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하고 매년 몇 분 정도를 선정하여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였으면 한다. 의학한림원은 의학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로 구성된 단체이다. 그러므로 회원 한 분 한 분은 의학의 각 세부분야를 대표하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이룩한 학문적 성취를 종합하여 종설 또는 전문서적으로 집대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또는 학생 또는 일반 국민들을 위한 건강강좌 교재나 약간의 전문적 내용이 포함된 교양서적 등을 집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를 미리 정하여 종설 또는 서적 발간을 진행할 수도 있겠고 아니면 원고료와 출판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사업은 궁극적으로 회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기도 할 것이다.

셋째, 회원(정회원, 종신회원)을 대상으로 한 학술상 제정이 몇 개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화이자의학상은 의학한림원 회원 여부를 불문하고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으므로 회원 자격을 가진 분들 중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새로운 학술상을 만들자는 뜻이다. 회원으로 영입된 의학한림원 회원 중에는 회원이 되기 전에 이미 여러 가지 학술상을 받은 분들도 계시지만 훌륭한 업적에 비해 변변한 상 하나를 받지 못한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하여 학술상 몇 개를 마련했으면 한다. 상의 이름은 예를 들면 “의학한림원상”, “의학한림원 학술상” 또는 “의학한림원 저작상” 등으로 할 수 있겠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처럼 국가로부터 1인당 매월 100만 원 정도라도 연금 지급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의학한림원 회원이 오히려 회비를 내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것은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목표라도 세워두고 모든 분들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학한림원 설립 초기에는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이 전혀 없어 기본적인 운영마저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으나 여러 분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그래도 지금은 정부(복지부)로부터 어느 정도 예산 지원을 받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노력한다면 의외의 결실이 얻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내친걸음에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바람이 조금씩이라도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예산 증액부터 꾸준히 노력해야 할 듯하다.

끝으로 의학한림원의 오늘이 있기까지 불철주야 노력해 오신 역대 회장단 및 임원님들, 그리고 여러 회원님들과 사무국에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6분회장 한설희

한림원 존재의 이유

우리나라에는 200개에 가까운 의학 학술 단체가 있다. 회원의 규모나 학술단체의 활성화 정도는 다르겠으나 모든 의학 학술단체의 최종 목표는 건강한 인류사회 건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학한림원은 자천 타천으로 ‘우리나라 의학 관련 학회 최고 석학들의 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국민,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중을 받고, 우리나라의 의과학발전과 국민건강향상을 위한 중추적인 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목표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단체

연전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우리나라 국민의 공중보건 위험 인식 조사와 정책 활용 방안에 대한 기반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그 보고서에 의하면 보건의료직군 가운데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3명 중 2명은 의사가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선택되어 그것도 다른 직업군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에 걸쳐 교육을 받고 혹독한 수련을 거쳐 전문가 자격을 획득한 그룹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료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국민의식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가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비교적 손쉽게 부를 축적하였던 시절도 있었다. 환자 발생 수에 비해 의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였던 시기에는 대면하여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행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의료인의 위상은 어떤가? 대도시 도로변에는 편의점이나 커피 집만큼이나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병의원 간판이다. 이제 의료인도 소명의식과 사회적 책무만을 감당해야 하는 의무자이기 이전에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생활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의학한림원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은 연구를 주 업무로 하는 또는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힘겨운 노력과 개인적 희생을 기반으로 오늘의 나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높이 평가하고 이해를 해주는 국민은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술을 베푸는 존경받는 의사로 바라보기 보다는 의술을 제공하는 서비스인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식을 일시에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겠지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 회복 운동을 우리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시작해주었으면 한다.

학술단체로서의 위상 제고

수개월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네덜란드 VU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세계적인 학자 Philp Sheltens를 국제 학회에서 조우하였다. 인사를 나누던 중 최근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주위가 창피할 정도로 큰 소리로 축하해주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한림원 정회원이 된다는 것이 학자로서 굉장한 명예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라 하여 내심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멤버가 되는 것이 큰 자랑거리가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지금도 출중한 학식과 식견으로 학계를 이끌어 가는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계시지만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동료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의학자들이 적극적으로 한림원 회원으로 동참해주기를 염원한다.

공통 관심사, 일시적 흥미가 아닌 지속 가능한 건강 연구 주제 발굴

의료계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가지 있겠으나 우선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불편해하는 건강문제를 일시적 관심이 아닌 근원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2017년 Lancet에 발표된 ‘Future life expectancy in 35 industrialised countries: projections with a Bayesian model ensemble’ 라는 제하의 논문에 의하면 2030년에 대한민국의 평균기대수명이 일본, 미국, 스웨덴 등 주요 선진국을 앞질러 세계 최장수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이야말로 고령화 시대의 건강과 삶의 질, 미세먼지와 해양오염 같은 환경 관련 질환의 근본적 해결책에 관한 로드맵을 의학한림원이 주도적으로 제시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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