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위원회 간사 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구본녀 교수
'제21회 화이자의학상’ 시상식이 11월 1일 수요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있었다. 화이자의학상(Pfizer Medical Research Award)은 대한민국의학학림원이 주관하고 한국화이자가 후원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의학상으로 대한민국 의학발전 및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한 의학자를 발굴하고 의료계의 연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1999년에 제정되었다. 매년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부문, '중개의학' 부문에서 당해 연도 기준 2년 이내 발표된 개별 논문들에 대한 우수성, 창의성, 과학성, 공헌도 등을 평가해 가장 우수한 논문을 선정해 수상자를 발표한다. 기초연구부터 실용적인 의학 연구까지 국내 의과학자들의 폭넓은 연구를 독려하고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한국적인 의학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수상자에게는 부문별 5000만원(총 1억 5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되었다. 그간의 상금 3000만원에서 액수가 상승했다. 화이자의학상은 이번 수상자를 포함해 총 52명의 의과학자를 지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권위 있는 의학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올해 기초의학상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 임상의학상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박덕우 교수가 선정됐으며, 중개의학상은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김남국 교수가 선정되었다.
코비드19 상황으로 거리두기 등 지침에 있어 작년까지는 제한적으로 많은 분들을 초청하지는 못했지만, 올해는 보다 많은 분들이 시상식을 관람할 수 있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수상자들을 비롯하여 왕규창 의학한림원 원장과 오동욱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 남궁성은 운영위원장, 이용찬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이 속속 입장하였고 더불어 이필수 의사협회 회장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유욱준 원장도 축사를 위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수상자들의 직장 동료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소속 대학의 학장들도 참석하였고 무엇보다 수상을 가장 축하해 줄 가족들도 일찌감치 도착하였다.
학술위원회 간사 구본녀 교수의 개회 선언에 이어 왕규창 원장은 "화이자의학상 수상 연구들은 국내의 의료계가 당면한 중요한 미해결 임상 과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은 우수한 성과들이다"며 "지속적인 연구업적 발굴을 통해 국내 의과학자들의 성과를 조명하고 한국 의학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과 함께, 행사에 도움을 주신 관계자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있었다. 다음은 화이자의학상의 심사위원장의 경과 보고가 있었고 특히 약 50편의 우수한 논문들이 지원을 함에 따라 공정한 심사의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필수 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의료계의 다양한 현안들로 어느 때 보다 바쁜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축사를 위해 참석하였는데 그만큼 행사 주관 단체인 의학한림원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다음은 운영위원장의 수상자 발표와 상패 시상 및 사진 촬영과 함께 울산의대 김승후 학장의 진행으로 수상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기초부문 수상자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는 정의된 혈액형 전사 조절자를 통해 부착 세포를 분화된 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하는 AST(Adherent-to-Suspension Transition)라는 생물학적 현상을 발견하여 Molecular Cancer에 발표했다. 암 환자 90%의 사망 원인인 암 전이 과정의 핵심 단계인 순환암세포의 생성원리에 AST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동물 모델뿐만 아니라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순환암세포 분리/분석(싸이토젠)을 통해 인체에서 검증했다. 연구진은 AST 저해제를 발굴했으며, 이를 투여하면 순환암세포 생성이 감소하고 암 전이가 억제돼, 동일한 원발암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우스 모델의 수명과 삶의 질이 현저히 증가함을 밝혔다. AST 연구를 통해 순환암세포 제어를 통한 암 전이의 정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리 현상 및 질병 치료로 확장하기 위한 노력 중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의 90%는 암 전이로 인한 것인데 반해 암 전이에 대한 세포분자생물학적 이해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AST 패러다임을 지헌영 교수팀이 최초로 정립함으로써 암생물학 및 세포생물학 분야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부착세포와 부유세포 간 리프로그래밍이 관여하는 생리적, 병리적 현상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질병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부문의 박덕우 교수는 고위험군 환자의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 후 정기 스트레스 기능검사 여부에 따른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 또는 사망률을 비교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두 환자군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정기검사를 일괄적으로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임상적 근거를 최초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 이전에는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고위험군 환자라면 모두 운동 부하 심전도 검사, 약물 부하 심장 초음파 검사 등의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해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세계 표준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될 예정으로, 실제 환자 진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익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되는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학술지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심혈관질환 임상적 근거를 확인해 국내 심장 분야 의학 수준을 세계적으로 드높인 업적을 인정받아 임상의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중개의학부분의 김남국 교수는 보통 사용하는 특정 질환을 학습하는 방법 대신 정상인의 뇌 CT데이터를 학습해 질환을 찾아내는 이상치 검출(Anomaly Detection) 방법으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하는 중증도 분류(triage) 시스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상치 검출 방법 적용 시 응급상황 환자의 다양한 질환을 더욱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으며 판독 시간 등도 유의하게 단축되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의료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변수가 많은 응급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을 확인하고 국내 데이터를 이용해 임상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인공지능 진단 부분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방법을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아 중개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수상자들의 소감에서 공통적으로 혼자만의 노력에 의한 수상이 아니며 함께 했던 모든 분들과의 공동수상인 만큼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약속하였고 더불어 의학한림원을 비롯한 의료계 다양한 분야에서의 헌신과 봉사로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나가는 삶을 다짐하였다.
우리 몸에는 약 30개 조의 세포가 있고, 종류별로 따지면 200여 가지가 됩니다. 과거 일본의 의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는 세포를 미성숙한 줄기세포와 성숙하고 분화된 세포로 분류한 뒤, 특정 인자를 이용해 분화된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저희 연구팀은 인체의 다양한 세포들을 세포의 부착 의존성에 따라 바닥에 붙어 성장하는 부착세포와 떠서 자라는 부유세포 2가지로 분류했고, 두 세포 간의 형질 전환을 조절할 수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착세포와 부유세포 전사체를 분석해 부유세포 특이 유전자들을 찾았고, 이러한 특정 유전자들을 부착세포 안에서 과발현하게 하면 바닥에 붙어 자라던 세포가 부유세포가 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현상을 부착세포가 부유세포가 되는 과정, 즉 세포의 부착-부유 전환(AST, Adherent-to-Suspension Transition) 이론으로 이름 붙였고, 부착세포를 부유세포로 변하게 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AST 인자라고 명명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AST 인자를 과발현하게 하면 부착세포가 부유세포가 되고, 다시 과발현된 AST 인자를 제거하면 부유세포가 부착세포로 전환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즉 AST 인자를 활용해 세포의 부착 의존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저희 연구팀은 이 새로운 현상이 암전이 과정에도 적용되는지를 알아 보고자 하였습니다. 암전이란 특정 장기에서 원발암이 발생한 후 일부 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이동해 다른 장기에 들러붙는 현상으로, 이때 부착세포인 고형암세포가 부유세포인 순환종양세포로 전환됩니다. 저희 연구팀은 유방암과 흑색종 쥐 모델에서 원발암, 전이암, 혈액 샘플을 얻어내고 순환종양세포를 분리한 뒤 순환종양세포 안에 AST 인자가 실제로 증가해 있는 것을 확인했고, 4기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검체에서도 같은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다음 단계로는 AST 인자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을 쥐 모델에 투여해 실제로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AST 인자가 부착세포를 부유세포로 만드는 데 관여하며 특히 혈액을 통해 전이하는 암세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따라서 이 인자를 조절함으로써 암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
제21회 화이자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스럽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화이자제약, 그리고 심사해 주신 여러 교수님과 관계자님께 감사 드립니다.
제게 과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쳐 주신 이민구, Friedhelm Hildebrandt 교수님, 저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약리학교실 김경환, 안영수, 김동구, 박경수, 김철훈, 김주영 교수님, 만성난치성시스템의학연구센터 김재우 교수님,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암전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로 진출할 수 있게 해 주신 국가과학난제도전융합연구개발사업과 성창모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제 인생의 버팀목 이지현, 지연서, 지예준, 부모님, 장인장모님, 지헌석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의 연구 인생의 동반자인 박현우, 정진세 교수를 비롯하여 많은 선후배, 동료 연구자 여러분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공동연구의 기회를 주시는 동료 연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얻은 연구 결과들은 저희 실험실 Laboratory of Molecular Genetics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답이 없는 질문들, 무모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답을 찾기 위해 밤낮 없이 연구하고 있는 실험실 구성원들께 이 수상의 기쁨과 영광을 돌립니다.
저의 수상을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화이자의학상의 취지 데로 대한민국 의학 발전 및 인류 건강복지에 기여한 의학자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경우에 좁아진 혈관에 관상동맥스텐트를 삽입해서 혈관을 넓히는 치료법으로, 협심증 혹은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환자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표준치료 방법이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후에 지난 20년간 통상적인 임상진료패턴은 중재시술 1년 후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스텐트 재협착 및 허혈성임상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미리 예측하기 위한 추적검사로서 운동부하검사, 심장핵의학검사, 약물부하심장초음파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왔다.
하지만 이는 임상 의사들의 경험에 의한 고식적인 권고사항이었으며, 시술 받은 고위험 환자들에서 1년째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 시행이 사망률이나 심장질환 발생률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최근까지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하여 밝혀진 적이 없었다.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팀은 국내 11개센터에서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시술환자 1,706명을 대상으로 공익적 임상연구를 시행하여, 시술 1년 후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환자군 849명과 정기검진없이 표준치료만 환자군 환자군 857명으로 전향적 무작위 배정을 하였다.
임상연구에 선정된 환자들은 평균 나이 64.7세로 좌주간부 질환, 분지성 병변, 만성폐색병변, 다혈관질환, 당뇨병, 신부전, 급성관동맥증후군 등의 해부학적 혹은 임상적 고위험인자를 최소 1개 이상 동반한 환자였으며, 연구의 1차 임상사건으로 시술후 2년째 주요임상사건인 사망, 심근경색, 혹은 불완전협심증으로 인한 재입원의 발생으로 정하였다.
그 결과, 주요임상사건의 발생률이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한 환자군에서 5.5%였으며, 정기검진을 시행하지 않은 표준치료환자군에서 6.0%로 두 집단 간 통계학적인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익적임상연구를 통하여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서 시술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기 보다는 시술 후 가슴통증, 호흡곤란, 기타 재발을 시사하는 협심증 증상이 동반되었을 경우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의료체계의 적절한 운영에 도움이 되며 환자 안전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연구의 최종 결론이다. 본 연구는 전 세계 의사들의 교과서 기준이 되는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게재되어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정기 스트레스 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2023년 최신 임상가이드라인에 즉각 반영이 되었다 (2023 AHA/ACC/ ACCP/ASPC/NLA/PCNA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Patients With Chronic Coronary Disease: A Report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oint Committee o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Circulation. 2023 Aug 29;148(9):e9-e119).
NEJM은 전세계 의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이 논문을 인용해 치료지침으로 삼는지를 나타내 학술지의 위상을 반영하는 ‘피인용지수(I.F)’가 176.1로, 지난 수십년동안 교과서에 반영된 대표적인 임상연구 결과들이 NEJM에 실리며 실제 임상 의사들의 치료 지침에 반영된 가장 영향력이 높고 최고 권위의 임상논문저널이다. 이로써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의료진이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참여한 NEJM 논문은 총 8편이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단일기관에서 NEJM에 8번의 논문을 게재한 것은 미국 및 유럽의 최고수준의 연구기관을 모두 포함하여도 5번째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세계적인 연구성과이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이자 교신저자인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논문은 경험에 의존해왔던 관상동맥 중재시술 1년 후 정기적 스트레스 기능검사의 유효성을 평가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임상연구로서, 임상적 근거가 불확실한 검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익적 의미가 매우 크며 실제 환자의 진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것으로 기대한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하며, 전세계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 1년 후 통상적으로 시행되던 스트레스 기능검사가 과연 고위험 환자들의 예후에 얼마나 유효한지 국내 의료진이 세계 처음으로 검증하면서, 전 세계 심장분야 교과서를 새로 쓰게 되었다.
이번 21회 화이자의학상-임상의학부분에서 수상을 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 개인이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늘 도움 주시고 지지를 아끼지 않으신 저희 연구팀 및 항상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의 열정과 노력을 대신하여 제가 대표로 이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한 마음이 큽니다.
지난 20년 저희 심장의학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서 진단 및 치료 의학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과 변화를 거듭한 분야 중에 하나로 새로운 치료 지침이나 치료 기준을 정립해 나가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격렬했던 변화의 시기에 운 좋게 그 중심에 있었고~ 오늘 이자리에 제가 행운아로 이렇게 서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동료, 후배 스태프 그리고 팀원들, 이들에게 이 영광을 모두 돌리겠습니다.
특히나 항상 당신께서 직접 열정적으로 고민하시고 실천으로 옮기시면서 항상 저의 귀감이 되어 주시는 박승정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세상의 모든 편견이나 선입견을 마다하시고 공평하게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늘 확인시켜 주시어 오직 한길만을 보고 집중력 있게 연구에 전염할 수 있었던 커다란 토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제가 믿는 신념 중 하나는 “충분한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주변에 그 어떠한 놀라운 일도 절대 생기지 않는다”라는 신념입니다. 한번의 요행이나 아주 기가 막힌 운에 의해서 한번의 성과, 잠깐의 놀라움이 우연치 않게 생겼더라도 각고의 노력 없이는 그것이 결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늘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상이 저에게 무척 뜻깊은 순간이지만 더욱 더 초심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늘 저에게 기도를 아끼지 않으시는 양가 부모님,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에 불성실한 남편 내조에 항상 성심인 사랑하는 아내와 늘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는 잘생긴 큰아들 해성이, 형과 띠동갑인 귀염둥이 둘째아들 해영이한테 너무나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겸손한 마음으로 연구에 전염하고 서울아산병원 및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생사가 갈리는 응급실에서 생기는 다양한 임상적 미충족 수요가 있습니다. 전문의의 24시간 상주가 어려움, 빠른 진단 및 치료, 다양한 질환에 따른 정확한 진단 등등의 미충족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서, 다양한 딥러닝 모델이 제안되었습니다.
미국 등에서는 응급두부CT에서 뇌출혈을 자동진단해주는 인공지능 모델이 보험수가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임상에 적용될 만큼의 높은 정확도와 낮은 위양성을 가진 모델은 없는 상황입니다.
본 연구는 특정질환만 학습하는 기존의 지도학습 방법이 아닌, 정상 데이터만을 학습하여 질환을 이상치로 찾아내는 이상치검출(Anomaly Detection)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 방법을 생성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고해상도 CT(512x512)에 적용하였을 때, 내부 및 외부 검증 데이터의 민감 특이도 곡선의 면적(AUROC)이 0.85 (0.81-0.89), 0.87 (0.85-0.89)로 높은 정확도를 보였습니다. 더욱이, 이 기술을 통해 계산된 이상치수치(Anomaly score)를 활용하여, 2개 기관의 연속된 응급실 데이터를 중증도분류(Triage)에 적용했을 때, 위급한 환자의 영상판독의 주요 지표인 대기시간중앙값(median wait time)과 영상판독시간중앙값(median radiology report turnaround time)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진단 및 치료방침결정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결국 환자 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대부분의 질환이 긴꼬리(Long-tail) 분포를 보이는 임상 상황에서, 기존의 지도 학습 방식이 가진 문제점인 학습된 특정 질환만 잘하므로, 실제 임상에 적용할 때 인공지능의 결과를 의사가 추가로 검증해야할뿐더러, 본 연구는 학습되지 않은 질환을 의사가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등의 의사의 일을 늘리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됩니다.
특히, 임상현장의 미충족 수요와 국내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인공지능 진단 부분에서 적용 가능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의료영상 중개연구를 시작한지, 약 만일(10,000일), 횟수로 보면 28년 정도 되었습니다. 벌써, 제가 살아온 날 중에 의료연구를 한 기간이 그렇지 않았던 기간보다 더 길어졌습니다. 이 길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처럼 제 주변에서는 아무도 가지않은 길이어서, 불안하고, 불편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이 영광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대표적인 드라이랩인 의료인공지능 분야에서 이 상을 받게 된 것은, 현재도 연구실에서 다양한 혁신중개연구를 수행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을 대표하는 의미로 선정된 것일 것입니다. 이런 결정을 내려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의료연구를 시작하면서 만난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미흡하지만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서, 기쁨과 동시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욱 성실하고 치열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후속세대 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 수상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여, 더욱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길로 올 수 있게, 저를 믿어주시고, MD-PhD 협력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서준범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서준범 교수님과의 연구는 저에게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MD, PhD 공동연구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이대로 일에 치여 죽을 것 같다면서, 벋어나는 길은 오직 쓸만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뿐이라며, 밤새 데이터를 정리하고, 각 단계에서 방향을 제시해주시며, 본 연구의 임상적 가치를 평가해주신 홍길선 교수님께 이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더불어, 비지도학습 기반 이상치검출 방법 개발과 실험에 참여한 이승준 연구원과 정보령 선생님, 그리고 지금도 의료 중개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의료영상지능정보실현 연구실의 학생 및 연구원들께 수상의 기쁨과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의 연구를 지지해준 가족과 양가 부모님, 그리고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신 동료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