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미디어포럼 단체사진
의사 수가 '부족하다', '부족하지 않다'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부딪히며 이러다가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는 속에 의학계가 소모적 논쟁을 멈추기 위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의사 수 추계 독립연구기관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23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의대정원 조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제1회 미디어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이날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측이 단골로 활용하는 소재인 OECD 자료만으로는 의사 수 부족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사 수 부족의 근거로 제시되는 OECD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평균 3.7명에 비해 낮은 2.6명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의료 시스템을 가진 일본은 2.6명, 미국도 2.7명으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인구 천명당 의사 수 연간 증가율이 3.3%로 OECD 평균 1.6%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일본 1.5%, 미국 0.7%와 비교해도 굉장히 높은 수치다"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OECD 국가의 PTCA(경피경혈관심장동맥확장술) 평균 대기시간은 25.6일, 슬관절 치환술은 283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일주일이면 치료가 가능하다. 또 비용 부담으로 인해 병원에 못 갔다는 사람의 비율도 OECD는 7.9%지만 우리나라는 2.2%로 굉장히 양호하다.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근거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까지 의사가 9654명 부족하다는 연구 추계를 내놓았고, KDI 역시 2050년까지 우리나라 의사 수가 1만2000명~1만9000명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박 교수는 "직접 의사 공급 및 수요 추계를 실시해 보았다. 사실 의사 수요에 대한 추계는 어렵다. 방법론부터 시작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일단은 우리나라의 노령화된 인구구조만 반영했다. 2021년 진료비가 95.4조원인데 2030년이 되면 진료비가 123.5조로 늘어나고, 2050년까지 161.2조로 늘었다가 이후부터는 비슷하거나 감소 추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추계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사 공급은 2040년까지 부족하게 된다. 가장 많이 부족할 때는 2030년으로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추계된다. 하지만 2050년부터는 의사가 과잉 배출되게 된다.
그는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의사를 늘리면 10년 뒤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2050년부터는 의사 과잉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 질 수 있다"며 "한시적으로 의사 수를 적정하게 증원한 뒤, 5~10년 뒤에는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해당 추계는 현재 의료 및 진료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이뤄졌지만 주치의제도가 시행되면 외래 방문이 줄어들 것이고, 사람 기반의 지불제도로 바뀌면 의료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게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PA 인력의 도입, AI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교수는 "누가 추계해도 10년, 20년 후를 맞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의료인력검토위원단을 설립해 5년 단위로 검토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도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되는 OECD 데이터의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OECD 의사 수 평균을 운운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에 불과하다.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며 "다른 OECD 자료는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 수 데이터 하나만 가지고 한국을 문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사망 데이터가 OECD 평균 30분의 1로 가장 적은 나라에 해당한다. 의사 수는 적은데 수술 대기도 없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그게 가능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우리나라 의사가 OECD 평균 수익보다 높다는 자료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우 원장은 "OECD 데이터는 의사 수입을 개업의와 봉직의, 전문의, 일반의 4가지로 나눠 보고하는데, 이 4가지를 모두 보고하는 나라는 3개국 밖에 없다.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는 나라가 훨씬 많으며, 특히 소득이 높은 나라들이 자료를 내지 않는다"며 OECD 의사 수익 관련 데이터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우 원장은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문재인 케어 실패의 책임이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나온 점을 문제 삼았다.
우 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위해 문케어 1등 공신인 김윤 교수를 비롯한 사회주의 이념가들이 기용되고 있다.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 문재인 케어에 대해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새 정권에서 정책을 추진한다는 문제가 있다. 홍준표 시장도 복지부에 좌파적 사고 가진 공무원 가장 많다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지속적으로 의대 정원을 논의해 왔으나 10월 11일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 책임론과 함께 10월 13일 의대정원 확대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며 의대 정원 정책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에 우 원장은 과학적으로 의사인력 수급 추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투명한 의사 결정 단계, 이해관계자의 참여,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공유라는 세 가지 요소가 반드피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들은 의사인력 수급 전담조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원장은 "해외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의대정원 수요조사라는 신박한 방법까지 진행했다. 의대 정원을 늘려서 대학병원 돈벌이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에 가득 찬 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했다"며 "이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며 과학적 수급 전담조직을 통해 의사인력을 추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학한림원 부원장이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인 한희철 고대의대 교수도 우리나라가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의사가 부족한 것인지, 필수의료, 지역의료 의사가 부족한건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의 의료문제는 의료인력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보다 정밀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쓰나미가 오고 있어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가 올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거버넌스 혹은 독립연구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2000년에 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이 있어, 정부가 매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한 교수는 "의대정원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높은 속에 여론에 의해 의사 인력 확대를 정한다는 것은 문제다. 세대의 변화 의료정책 변화에 따른 의사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의료인력 수급은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갖춘 연구기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의대 정책 확대 정책에 대해 급격한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를 통해 반응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변화는 사회에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에 심각한 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조급한 정책수립보다는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탄력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학계의 주장에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송양수 과장은 "정부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와 함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구를 우선적으로 활용해서 논의하고자 한다"며 "의학계에서 제안해주신 것과 관련해서는 공감한다.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구성해서 운영할지는 검토한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지를 공고히 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도 있고, 절대 다수 국민이 지지해 주고 있다. 또 이 과제 만큼은 방법론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여야에서도 한목소리로 지지해 주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계와 성실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지만, 의료계도 국민이 요구하는 만큼 대승적인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당부했다.
제1회 미디어포럼 포스터
출처: 조운 기자(메디게이트 뉴스)
기사링크: https://www.medigatenews.com/news/846442583